[여의도풍향계] 타협보다 갈등…그림자 드리운 여소야대 정국<br /><br />[앵커]<br /><br />복합적인 대내·외 위기 속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7개월이 넘었습니다.<br /><br />취임 첫 해가 저물고 있지만, 여소야대 정국에서 윤석열 정부의 각종 개혁과제는 아직 제대로 발을 떼지 못했습니다.<br /><br />소통은 사라지고 권력 간 충돌만 잇따르고 있는데, 해법은 없을지 이번 주 여의도 풍향계에서 최지숙 기자가 짚어봤습니다.<br /><br />[기자]<br /><br />국가 통치 권력인 정부와 그 근간이 되는 입법 권한을 쥔 국회.<br /><br />삼권분립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두 거대 권력은 견제와 균형을 이뤄왔지만, 때로 중심을 잃고 휘청이기도 했습니다.<br /><br />제20대 대통령 선거로 여야가 교체되며 또 다시 여소야대 정국이 펼쳐졌습니다.<br /><br />소수 여당과 거대 야당, 이미 예견된 가시밭길이었지만 예상을 뛰어넘은 험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.<br /><br />쉼 없는 정부·여당과 야당의 충돌, 그 시작은 이른바 '검수완박' 법안 처리였습니다.<br /><br />대선 패배 직후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축소하는 개정안을 속전속결로 처리했는데, 새 정부 출범 후 '한동훈 법무부'의 이른바 '검수원복' 시행령으로 사실상 무력화됐습니다.<br /><br />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맞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한 특검법 발의에도 나섰지만, 여당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가로막혔습니다.<br /><br />충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.<br /><br />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과 이태원 참사를 각각 도화선으로, 민주당은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상정에 나섰습니다.<br /><br />해임건의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되는 만큼, 169석을 가진 민주당은 단독으로 처리가 가능합니다.<br /><br />지난 9월 박진 외교부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데 이어 이달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도 가결됐습니다.<br /><br />여당은 거센 항의와 함께 국정조사특위 위원 전원이 사퇴 의사를 표시하며 맞불을 놨고, 윤석열 대통령은 수용을 거부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습니다.<br /><br />이밖에도 안전운임제 연장안, 공영방송 지배구조법 등 일부 상임위에서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가 이어지며, 여당은 '입법 독재'라고 반발하는 상황이 빈발하고 있습니다.<br /><br />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사라지고 대결 정치가 만연하면서, 국회로 넘어온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입법은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.<br /><br />돌파구를 찾기 위한 여권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는데, 여소야대 정국에 직면했던 역대 정권은 어땠는지 잠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.<br /><br />1987년 개헌 후 헌정사에서 첫 여소야대 정국을 맞은 정부는 노태우 정권.<br /><br />대통령 취임 두 달 만에 치러진 총선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하며 '5공 비리 청문회' 등으로 수세에 몰리자, 노 전 대통령은 '3당 합당'이라는 인위적 정계개편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.<br /><br />1990년 이 3당 합당으로 공룡 여당인 민주자유당을 출범시키면서 정치 지형을 뒤집었습니다.<br /><br />'DJP 연합'으로 출발한 김대중 정부는 당시 과반 의석을 가진 한나라당의 반대로 총리 인준부터 어려움을 겪었는데요.<br /><br />야당 의원을 여당으로 데려오는 이른바 '의원 빼오기'로 여당을 과반으로 개편했습니다.<br /><br />노무현 전 대통령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탄핵 심판까지 직면했지만, 투표로 민심을 확인하는 정공법을 택했습니다.<br /><br />정계개편이 아닌, 총선을 통한 민심의 선택으로 소수여당을 거대 여당으로 탈바꿈시킨 겁니다.<br /><br />과거에는 이처럼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지만, 여야 합당이나 야당 의원 영입 유도 등의 시도는 현재로선 사실상 어려워 보입니다.<br /><br />그렇다고 이대로 정쟁만 되풀이하며 시간을 허비하기에는 지켜야 할 약속이 너무나 많이 남아 있습니다.<br /><br />윤석열 정부는 지난 15일, 첫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생중계로 진행했습니다.<br /><br />120대 국정과제의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국민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는데요.<br /><br />최근 지지율 상승에 힘입어 다시 윤석열표 개혁 과제에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입니다.<br /><br />하지만 지금으로선 야당의 협조 없이는 시행령 개정 등 부수적 방법 외에 근본적인 입법 뒷받침이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.<br /><br />남은 선택지는 야당과의 대화 또는 노무현 정부처럼 총선 승리를 통해 과반의석을 확보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.<br /><br />전자의 경우 여야 타협보다는 갈등의 모습이 부각된 정치 지형 속에,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와 맞물려 여야 대립이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습니다.<br /><br />내후년 4월 총선을 내다본다고 해도 아직 1년 4개월이라는 상당히 긴 시간이 남아 있는 데다,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다는 점도 여권의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.<br /><br />결국 여권으로선 여소야대 정국을 헤쳐나가기 위해 민심의 지지를 얻는 정책 과제를 뚝심있게 추진하는 동시에, 야당의 협조를 얻기 위한 정치력을 발휘하는 것이 긴요한 상황입니다.<br /><br />공수를 바꿔가며 사안마다 힘의 대결과 네탓 공방이 이어지면서 새 정부도, 국회도, 공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.<br /><br />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시선 역시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.<br /><br />바둑 격언 중 '작은 이끗은 버리고 대국적 착점을 찾으라'는 뜻의 '사소취대'가 있습니다.<br /><br />쉽게 말해, 소(小)를 버리고 대(大)를 취하라는 것입니다.<br /><br />국민과의 약속 만큼 무거운 것은 없습니다.<br /><br />대화의 길을 트고 민심을 향하는 것, 여야 모두 정치의 본령을 깊이 새기고 되짚어 볼 대목입니다.<br /><br />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.<br /><br />PD 김선호<br />AD 김다운<br />송고 최지숙<br /><br />#여소야대 #윤석열 정부 #국민의힘 #더불어민주당<br /><br />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: 카톡/라인 jebo23<br /><br />(끝)<br /><br />
